티스토리 뷰

어린이 그림을 보는 것은 즐겁다. 현실에서 어린이를 보는 것처럼 즐겁다. 아직 어른의 세계에 들어오지 않는 어린이한테서 풍기는 특유의 생기가 즐겁듯이 어린이 그림에서는 어린이 자체를 닮은 즐거움이 있다. 억압되지 않은 어린이 그림은 다채로운 표정을 짓지만 한결같이 환하다. 세상에 대한 기대와 호기심이 묻어 있다. 그것은 세계의 어떤 나라 어린이 그림도 마찬가지다. 그리스의 어린이들이라고 다르지 않다. 그래서다. 환한 그리스 어린이 그림만으로도 값진 그림책이다.   어린이들이 글도 썼다. 그리스의 리오 시와 안티리오 시를 잇는 아름다움 다리에 관한 작품에 바겔리스 일리오풀로스 작가는 어린이들을 참여시킨 것이다. 덕분에 아이들의 자유로운 상상력은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며 실제 현실 속의 다리를 멋진 환상의 다리로 탈바꿈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옛날에 좁고 긴 바다를 사이에 두고 소곤소곤 마을과 두근두근 마을이 있었다. 두 마을 사람들은 늘 웃으며 서로 정답게 지냈다. 사이좋은 두 마을을 보고 심술이 난 용은 마법을 걸어 두 마을을 이간질한다. 처음에는 싸움을 부추기는 말에 넘어가지 않지만 사람들은 점점 건넛마을을 믿지 못하고 미워하던 마음이 커진다. 소곤소곤 마을과 두근두근 마을 사람들은 이제 더 이상 좋은 이웃이 아니다. 같은 마을 사람들끼리도 서로 웃지도 않고 말도 하지 않는다. 두 마을은 아무 소리도 없이 조용하기만 하다. 어른들이 서로 싸우는 사이 아이들은 슬픔에 빠져 함께 뛰놀던 바닷가에 나와 눈물을 흘린다. 눈물은 진주가 되어 바다에 가라앉는다.   소곤소곤 마을 산꼭대기에 사는 작은 새는 시끌벅적하던 두 마을이 조용해진 게 용 때문이라는 것을 확인한다. 그리하여 아이들을 찾아가 두려움과 슬픔, 미움을 없애는 방법을 일러 준다. 아이들은 편지를 주고받으며 용을 쓰러뜨릴 계획을 세운다. 이 마을에서 건넛마을로 연결되는 다리를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자 용은 다리를 만들 수 있는 재료를 모조리 치워 버린다. 그렇더라도 아이들은 평화를 되찾아 줄 다리는 사랑과 우정, 꿈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안다. 그리하여 장난감과 동화책, 책 갈피끈으로 다리를 만든다. 용은 다리를 부숴 버리고 싶어 하지만 사랑, 우정, 꿈 같은 순수하고 단단한 재료로 만든 다리를 부술 수 없기에 멀리 떠나 버린다.   다리를 건너 다시 사랑이 오가고, 질투와 다툼이 눈 녹듯 사라진다. 사람들은 용의 거짓말에 속아 서로를 미워했던 잘못을 뉘우친다. 아이들은 색색으로 꾸며진 다리에서 해님과 숨바꼭질도 하고 작은 새와 노래를 지어 부르기도 한다. 두 마을 사람들은 함께 사랑의 노래는 부른다.    우리의 다리, 평화의 다리! 우리를 하나 되게 하지요. 꿈과 사랑으로 만든 다리! 우리의 꿈을 이뤄 주지요. 작은 꿈 한 조각까지도!

스스로 평화를 가꾸고 지켜 가는 아이들,평화를 위한 마음을 담아서 그리스 어린이들이 쓰고 그린 책 함께 기쁨을 나눌 줄 알았던 사이좋은 두 마을 사람들의 마음속에 다툼, 편견, 의심, 질투 등이 싹트자 아름다웠던 평화가 깨지고 맙니다. 어른들의 평화는 손안에 쥔 달걀처럼 단단해 보이면서도 약한 것이어서, 잠시 한눈을 팔다 떨어뜨리거나, 손에 조금만 힘을 줘도 달걀이 깨지는 것처럼 평화가 깨진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평화를 단단하게 해 주는 것은 사랑과 우정, 꿈 같은 순수한 마음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순수한 마음을 모아 다리를 만들고, 두 마을을 하나로 잇습니다. 평화를 잃었다가 되찾은 사람들은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고, 이제 한 마을처럼 오갈 수 있게 된 두 마을의 평화는 더더욱 단단하게 지켜 갈 수 있게 됩니다.평화를 지켜 주는 다리에 대한 이 이야기는 그리스 사람들이 100년 넘게 기다려 온, 안티리오와 리오를 잇는 ‘하릴라오스 트리쿠피스 다리’의 완공을 기념해 리오 시의 어린이들이 함께 쓰고 그렸습니다. 아름다운 다리를 본 아이들은 평화를 지키는 것이 힘들지만 소중하다는 이야기를 떠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