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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는 수채화 형식의 그림으로, 할머니 돼지와 손녀 돼지가 연꽃이 만개한 연못에서 배를 타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앞표지에서부터 뒷표지까지 연결된 연못은 평화롭고 잔잔한 분위기를 드러내고 있다. 앞면지와 뒷면지에서도 이러한 수채화 양식의 표현이 이어져, 전체적으로 부드럽고 온화한 이미지로 통일성을 보여준다. 표제지에서는 미소를 띤 채 각각 피아노와 첼로를 연주하는 모습에서, 사이가 좋은 할머니 돼지와 손녀 돼지임을 짐작해볼 수 있다. 안경을 쓴 채 통통한 몸으로 묘사되어 있는 할머니 돼지는, 외형만큼이나 포근한 마음씨를 가진 캐릭터이다. 아기 돼지에게 다정하게 눈을 맞추는 모습들과 자연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는 모습에서 그러한 마음씨를 찾아볼 수 있다. 모든 일들을 할머니 돼지와 아기 돼지는 함께하였고, 옥수수 귀리 죽이 싫다는 아기 돼지에게 "옥수수 귀리 죽은 몸에 좋은거야. 할미가 살아 있는 동안은 먹도록 해라."라고 이야기하며 아기 돼지를 걱정하고 생각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어지는 문장에서 아기 돼지는 "언제까지나 할머니랑 같이 살 수만 있다면 옥수수 귀리죽만 먹어도 좋아요."라고 이야기하며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잠시 스친다.아기 돼지는 작고 아담한 외형과는 다르게 할머니 돼지를 잘 따르며 이해하는 등 넓은 마음을 가진 캐릭터로 묘사된다. 기운이 없는 할머니를 위해 죽을 침대로 가져다 드리거나 집을 청소하며 할머니와 함께 하던 집안일을 혼자 묵묵히 해내기도 한다.다음날 아침, 여전히기운이 없던 할머니돼지는 "할 일이 무척 많단다. 준비를 해야 해"라는 이야기로 가방과 모자를 챙겨 나간다.이 장면에서 아기 돼지는 무척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할머니를 쳐다본다. 할머니돼지가 어떤 준비를 하는지 알고 있지만,묵묵히 집에서 할머니를 기다린다.곧 할머니 돼지가 아기 돼지에게 ‘잔치’를 열고 싶다고 이야기하며 마을을 함께 걷는다. 산책을 하는 장면에서 평화롭지만 고요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나무, 꽃, 하늘 등을 눈에 담는 할머니 돼지의 표정은 ‘죽음’을 앞두었다기 보다는 ‘산책’을 즐기는 듯 편안한 표정이다. 할머니 돼지 옆에서 자연이 주는 ‘잔치’에 참여하는 아기 돼지 역시 할머니의 이야기에 공감을 하며 따스한 미소로 대답을 대신하고 있다. 글 텍스트가 삽입된 마지막 장에서는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의 그림을 볼 수 있다. 왼쪽에는 할머니 돼지와 아기 돼지의 집으로 추정되는 집 한 채가 어두운 밤 배경 속에서 연기를 내뿜고 있고, 오른쪽에는 고요한 연못 위에 배 한 척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이 장면에서 나오는 ‘빈 배’는 할머니 돼지와 아기 돼지가 함께 이야기를 나누던 표지와 대조를 이루며 쓸쓸함을 극대화하고 있다. 그림책의 마지막 페이지에서는 연못이 클로즈업되며, 할머니 돼지와 함께 있었던 정자 앞에 아기 돼지가 오리와 서 있는 모습이 연출된다. 아기 돼지의 옆 자리는 언제나 할머니 돼지의 자리였지만, 이 장면을 통해서 할머니의 부재를 시각적으로 느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여전히 마을은 아름답고 연못도 이전과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담담하면서도 자연과 어루어진 할머니의 죽음을 의젓하게 받아들이는 아기 돼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손녀 돼지와 행복하게 살던 할머니 돼지에게 서서히 죽음이 다가온다. 손녀 돼지도 할머니의 죽음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다. 할머니는 자신이 해야 할 일들을 차분히 정리하며 손녀 돼지에게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리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를 가르쳐 주려고 한다. 이런 할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손녀 돼지는 삶에 대해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