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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한국소설을 안 읽는다고 하지만, 나는 여전히 한국소설을 읽는다. 일 때문에 읽기도 하고, 한국소설 중에 괜찮은 작품이 많기도 하다. 몇 몇 작가의 작품은 챙겨서 보는 편인데, 그중에 한 명이 바로 심윤경 작가님이다. 한창 등단해보겠답시고 문학상 수상작을 읽어가던 중 만난 작품이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인 『나의 아름다운 정원』이었다. 지금도 개인적으로 뽑는 한국소설 Top 5에 충분히 들어가는 작품인데, 그 작품을 읽고는 다른 수상작 읽기는 잠시 멈추고 심윤경 작가가 쓴 다른 소설을 읽었다. 『달의 제단』 역시 명작이었고, 『이현의 연애』나 『서라벌 사람들』은 조금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재밌게 읽었다.『서라벌 사람들』이 2008년 작품이고 그 뒤로 간간이 어린이 책이 나오긴 했지만 그녀가 쓴 소설은 나오지 않았다. 2012년, 무려 6년의 공백을 깨고 『사랑이 달리다』가 출간됐다. 이 소식을 채널예스 인터뷰를 통해 알았건만, 정작 그 때는 읽을 엄두를 못 냈다. 우선 사랑 이라는 제목 때문인데, 소설 중에서 연애소설을 별로 안 좋아해서도.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때 바로 읽지 않은 게 잘한 듯하다. 왜냐하면 『사랑이 달리다』의 속편인 『사랑이 채우다』가 1년 뒤인 2013년 7월에 나왔기 때문이다. 두 작품은 하나의 이야기로, 차례대로 읽어야 이해하기 쉽다.주인공 혜나는 서른아홉이지만 철이 없다. 졸부 집안에서 태어나 마음껏 돈을 써재끼며 하고 싶은 대로 살아왔다. 혜나 위로는 오빠가 둘 있다. 큰 오빠 철원과 작은 오빠 학원. 이들 역시 마음대로 살아왔으나, 아버지의 황혼 이혼으로 상황이 변한다. 물주안 아빠가 어린 여성을 찾아 가정을 버리면서 혜나는 마음껏 긁던 카드도 못 쓰고, 남편인 성민은 지방으로 좌천당한 신세. 마침 작은 오빠가 일자리를 소개시켜준 병원에서 혜나는 병원장 욱연에게 마음이 간다. 욱연은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을 캐나다로 보내놓고 한국에서 외롭게 돈벌이에 전념하는 기러기 아빠.이야기는 혜나의 가족사와 욱연과 불륜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처음에는 살짝 당황스러웠다. 설정도 그렇고 흘러가는 이야기가 딱, 막장 드라마였기 때문이다. 심윤경 작가가 이런 사람이 아닌데, 하는 당혹감이 앞섰다. 그런데 계속 읽어나가다 보니, 은근히 재밌었다. 소설이 전개될수록 막장 드라마라기보다는 우리네 평범한 인생사라는 깨달음이 서서히 오기 시작하더라. 혜나의 가족이나 욱연의 가족은 모두 문제가 많다. 혜나부터 알콜 의존적이고, 학원은 사기꾼이며, 철원은 실리를 인간 관계의 전면에 둬서 이기적이다. 욱연의 형제들은 하나 같이 놈팽이에, 무식하고, 거칠다. 도덕 교과서에 싣기에는 무리인 가족들이다.그런데 우리네 삶에서 도덕 교과서에 실을 만큼 모범적으로 사는 가족은 얼마나 될까. 하나 둘, 허물이 있고 그 허물을 보면서 인정하고 살아서 가족이 아닐까. 이해 관계가 아니라, 정으로 엮인 가족. 이런 결론이라면 너무 허무맹랑할 수 있겠지만, 욱연이 원래 가족을 버리고 혜나와 엮인다는 설정은 그저 이 소설이 가족 이데올로기를 강화하려는 목적에서 썼다고는 볼 수 없을 듯하다.심윤경 작가 관련해서 좀 더 이야기하자면, 이 작품을 쓰면서 슬럼프를 겪었다고 한다. 두 작품은 그런 슬럼프를 느낀 작가라고는 할 수 없을 만큼 문장이 경쾌하다. 『나의 아름다운 정원』이 진지하고 성찰적이었다면, 이번 사랑 시리즈는 풍자와 해학이 넘친다. 언젠가 김연수 작가는 되고 싶은 인물로 할머니 를 꼽았는데, 할머니는 세상만사를 웃음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존재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런 면에서 심윤경 작가도 아줌마에서 할머니로 넘어가는 단계일까... 다른 작품을 빨리 보고 싶다.읽어가며 인상 깊은 대목이 많았다. 밑줄 친 부분도 꽤 되는데, 크레마 터치가 이상해서 초기화 하면서 다 날렸다. 이번에 크레마 후속기 나오면 사야겠다...
나의 아름다운 정원 으로 제7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고 달의 제단 으로 제6회 무영문학상을 수상하며 평단과 독자들의 열렬한 지지와 관심을 한 몸에 받아온 작가 심윤경의 새 장편소설. 부모의 황혼이혼으로 펑펑 써대던 아빠 카드도 사라지고, 난생처음 돈을 벌게 된 서른아홉 살의 혜나. 그녀의 미치광이 가족들과 그녀를 사랑하는 두 남자, 우리를 만만하고 시시하게 대할 뿐인 화려하고 도도한 세상에 대한 이야기다.
사랑이 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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