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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도 잘 먹었습니다

인디고의 책을 참 좋아한다.지친 하루의 끝에 집으로 돌아와 커피 한 잔 하며 마음을 나눌 책들이 많이 나온다.이 책 또한 그렇다.나는 힘들 때 요리를 한다.요리는 사실 대충하면 맛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정성과 관심을 쏟고,열기와 시간이 지나면아주 따뜻하고 맛있는, 정직한 결과물이 나온다.그 과정과 그 성실한 결과물에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기분이다.그래서 긴긴 직장에서의 하루가 끝나고 돌아오면-어마무지한 날이라 쉬어야 할 날에-카레를 한 냄비 끓인다던가, 정성을 다 해 소고기 무국을 끓인다던가,무언가 따뜻하고 양많은 음식을 잔뜩 만들어 낸다.그리고 나면 괜찮다, 살아있길 잘 했다는 생각도 든다.이 책은 그런 저녁의 날들에 대한 이야기이다.혼자지만 그래도 내가 나를 챙기고 위로하는 날들에 대한 이야기.물론 나는 혼자는 아니지만,그 마음과 과정과 그 음식의 맛들이 어떻게 느껴질지 이해가 되어 참 좋은 책이었다.

아, 오늘은 혼자 먹고 싶다.
또다시 내일을 버텨낼 나를 위한 혼자만의 시간, 혼밥 예찬 에세이

여럿이 모여 왁자지껄 떠들며 정신없이 하는 식사보다, 조용히 홀로 하는 식사가 오히려 기분 좋을 때가 있다. 상대방의 기분을 맞춰줄 필요도 없고, 메뉴 선택에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 내 주머니 사정에 맞는 식당을 마음껏 고를 수도 있다. 맛있는 음식을 천천히 음미하며 느긋한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제 몫을 다 하기 위해 온종일 긴장했던 몸과 마음의 피로를 말끔하게 풀어내는 시간, ‘혼밥’은 더 이상 쓸쓸하고 외로운 식사가 아니다.

늦은 시간까지 야근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일상에 지쳐 지난 여행의 기억을 추억하고 싶은 날, 어쩐지 집에 가고 싶지 않지만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은 퇴근길…… 이 책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혼자 식사를 하며 생각지 못했던 즐거움을 경험하게 된 후 ‘혼밥’을 즐기게 된 평범한 직장인들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주인공들의 입을 빌려 들려주는 스무 가지 음식에 대한 묘사는 군침을 돌게 할 만큼 섬세하고 자세하다. 돈가스, 우동, 수프, 탕수육, 프랑스 요리…… 이미 알고 있는 익숙한 음식이라도 다시 맛보고 싶어지고, 아직 경험하지 못한 음식들은 한번쯤 먹어보고 싶을 정도다. 미각을 총동원하고 나와 음식에만 집중할 수 있는 느긋한 시간을 가졌기에 가능한 일이다.

오롯이 ‘나만을 위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책 속 주인공들이 먹는 음식, 그 음식을 먹으며 떠올린 생각들, 식당의 분위기를 상상하며 책을 읽다보면 퇴근길 마음에 꼭 맞는 메뉴를 골라 작은 식당 카운터 자리에 앉아 여유롭게 식사를 하며 맥주 한잔을 즐기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게 될 것이다.

/ 프롤로그 / 혼자 먹는 즐거움을 알고 싶은 당신에게

메밀국수 _ 실연의 상처, 가뿐하게 극복
돈가스 _ 나만 아는 힐링, 비밀 점심
인도 카레 _ 여행 본능을 깨우는 향기
돌솥비빔밥 _ 울고 싶은 밤, 작은 위로
정식집의 조건 _ 평범함이 주는 푸근한 안도감
한겨울의 우동 _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따끈한 한 그릇
수프 _ 어쩐지 다 바랄 게 없어진 기분
밀크티와 머핀 _ 비오는 저녁, 뜻밖의 행운
탕수육 _ 혼자 먹는 즐거움이 절규가 된 저녁
도시락 _ 느긋한 기분을 만끽하고 싶을 때
백화점 푸드코트에서 식사 _ 추억을 만나고 싶은 날
오므라이스 _ 그땐 미처 몰랐던 어른의 맛
바질리코 스파게티 _ 혼자라도 괜찮은 이유
가이세키 요리 _ 나만의 은밀한 취미생활
튀김 _ 봄을 맞이하는 그녀만의 의식
프랑스 요리 _ 밋밋한 일상 속 작은 사치
바냐 카우다 _ 익숙하고도 낯선 즐거움
미꾸라지 전골 _ 겉만 보고 판단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
선술집에서 저녁식사 _ 지친 하루를 위로하는 한잔
초밥 _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혼자 가기 좋은 도쿄 식당 100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