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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빨간 열매를 주웠습니다

걸음이 무척 빠른 편이다. 빨리 걷다보면 아는 사람과 스쳐도 알아보지 못하고 지나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하지만 자연 안으로 들어서면 함께 걷는 사람이 답답할 정도로 걸음이 느려진다. 어쩜 그렇게 달라질 수 있을까? 자연 속에 있는 많은 것은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라는 시에서처럼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보아야 사랑스럽기 때문이 아닐까? 그것을 경험을 통해 알기 때문에 자연 안에서는 나도 모르게 느린 걸음이 되는 것 같다. 예쁘고 사랑스러운 것을 더 가까이 오래보고 싶어서 말이다. 학창 시절 부정적 경험에 의해 그리는 것에 대한 자신감의 결여로 어른이 된 이후에 그림을 그려본 일이 거의 없다. 대신 자연 안으로 들어가면 사진을 많이 찍는다. 다만 사진을 찍어 자연을 바라보는 일은 그리는 것만큼 오래 기억되지는 않는다. 무엇인가를 제대로 그려내려면 수없이 반복하여 보고 관찰해야만 한다.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 한다는 뜻이다. 카메라를 사용하여 사진을 찍는 일은 그리는 것만큼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지 못하기 때문에 내 시선이 그것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는 동안에만 행복을 허락한다. 그리고 곧 잊는다. 마음에서 흥분되고 두근거리는 감정의 물결이 쉽게 잠잠해진다. 이제 책장을 펼쳐보자! 나는 자연도감을 볼 때 세밀화 도감이 사진도감보다 좋고 여전히 따뜻한 색감과 간결한 선으로 된 그림책 보는 것도 좋아한다. 따스한 바람이 내 안에 머무르는 듯 자연스럽고 따뜻함이 있다. -공원이나 버스 정류장, 학교 운동장에 있는 벤치에 앉아 사람을 기다릴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나는 늘 가방에 넣고 다니는 스케치북과 펜을 꺼내 무엇이든 그린다. 그러면 시간이 잘 가기도 하고, 의도치 않은 곳에서 낯선 시선으로 자연을 만나게 된다. - 가방에 스케치북과 펜을 넣고 다니며 순간을 그리는 일은 참으로 멋져 보인다.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을 보면 많이 부럽다. 특히 자연을 이렇게 멋지게 표현한 그림을 보고 있으니 더욱 그러하다. 글로써는 다 표현할 수 없는 깊이를 표현해 보고 싶기도 하고 온전히 자연물과 내가 만나 내안에 흔적을 남기고 싶은 욕심도 있기 때문에 잘 그리고 싶다는 바람이 있다. 나는 좋은 글귀가 떠오를 때면 메모를 하고는 하는데 이렇게 그림과 글을 함께 기록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막상 그림을 그려본 적은 없다. 그리고 싶은 마음만 있을 뿐... ♥ 관찰 그림과 글로 기억을 나눈다. ♥ 포스트잇에 내 기억을 함께 되새기며 적어본다. 나의 기억과 그의 기억이 오버랩 되어 다른 공간 다른 시간 속에서 기억이 하나로 존재하게 되는 순간이 된다. ​ 나의 기억을 더듬게 하고 누군가의 기억에 나의 기억을보태어 정보를 축적하기도 한다. -그림은 관찰이다. - 제대로 보려면 오래보아야 한다. 또한 왜? 라는 의문을 가진 사람만이 답을 찾을 수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이유가 있다. 그래서 자연도, 사람도 그 안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흥미롭고 아름답다. 세상에 아름답지 않은 것은 없다. 존재가치가없는 것도 없다. 작은 것에도 의미를 부여하면 훨씬 더 생기가 넘치는 듯 하다. 적절한 비유를 통해 자연물을 사물에 빗대어 이야기함으로써신선하고 구체적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 page 296, 298 산딸나무를 자주 보아왔지만 열매가 5~7각형의 작은 조각들이 퍼즐처럼 연결되어 공 모양을 이룬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리고 꽃은 나사들을 박아놓은 것 같다는 표현을 통해 새롭게 꽃을 바라보는데 도움이 되었다. 눈으로 그냥 스치듯 보거나 사진을 통해 볼 때는 알 수 없는 것들이다. 자세히 관찰하고 오래 들여다보지 못하면 그래!~ 머리와 가슴을 통과하지 않고는 모를 것이다. 내년 봄에는 꼭 확인해 봐야겠다. 나사들을 박아놓은 것 같은 꽃의 모습을... ​ page 312 튤립나무는 빨리 자라는 나무 중 하나이다. 키가 큰 튤립나무만 만나서인지 꽃을 눈앞에서 제대로 관찰해 본적이 없다. 그런데 주황색 안내판이 있었구나. 처음 알았다. 올해는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 튤립나무 꽃을 꼭 만나서 자세히 관찰해보아야겠다. 수술을 다 떼어서 세어보니 36개. 섬세하시기도 하다. ​ ​ page 326 고구마는 싹이 난 것을 컵에 담아 키워보기도 했는데 밤에도 이렇게 싹이 많이 자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러고 보니 내가 한권의 책을 통해서도 처음 본 것이 너무도 많다. 고구마 싹이 한그루 나무 같다하셨는데 나는 하나의 우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은 알면 알수록 신비롭고 특별하다. ​ ​ page 128 아파트 화단에서 매일 마주치는 측백나무이다. 매년 만나는 열매인데 무심코 지나치고는 했는데 열매가 익어 벌어진 모습이 마름쇠를 닮았다 한다. 와!~ 정말 마름쇠를 닮았네. 난 왜 똑같은 것을 보면서도 이런 생각을 못했을까? 보는 이마다 느끼는 감정이나 경험, 상상력 등이 모두 달라서 자연은 더 흥미롭고 재미있는 것 같다. ​ page 212 여름은 저녁에 운동하기에 좋다. 공원을 빠르게 걷다가도 자귀나무 아래에서는 잠시 걸음을 멈춘다. 별빛과 달빛 아래 비친 자귀나무 꽃은 은은하고 따스하다. 바람이 살랑살랑 불기라도 하면 향기가 코끝에 닿아 부드럽다.그런데 콩깍지는 열어본 적이 없다. 씨앗에 가느다란 실 같은 것이 붙어있었구나.~ 엄마와 아기를 연결하는 탯줄처럼... 신기하다. ♥ 여백의 아름다움 ♥ 비어있음이 오히려 꽉 찬 느낌을 준다. 고요하고 쓸쓸하면서도 평화롭다. 온전히 열매와 잎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느낌이다. ♥ 선으로 사물묘사하기 ♥ - 안보고 그려도 안 틀릴 만큼만 그리면 된다. 정확히 기억나는 만큼만 그린다. - - 연필을 버리고 곧바로 펜으로 그려보자. 틀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이제 시작인데 틀리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 용기를 내서 그림을 직접 그려보았다. 책갈피에 꽂아 둔 붉은 단풍잎을 그린다. 하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다. 처음부터 너무 어려운 것을 택했나보다. 난 연필을 버리지 못했다. 사실 틀릴까봐 두려웠다. 연필로 그리면서 몇 번이고 지우고 다시 그리기를 반복했다. 그래서 나중에 좀 지치기도 했다. 제대로 그리지는 못했지만 완성하고 보니 다음에 또 그려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림을 직접 그려보면서 순간 번뜩이는 생각들을 그림 아래 글로 적었다. 그림 그리는 일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음을 고백한다. - 그림은 내 머리와 가슴을 통과하지 않고는 단 한 점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 그림을 직접 그려보면서 이 말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작은 톱니모양으로 들쑥날쑥하면서도 오밀조밀한 것이 어쩜 이리도 섬세할까? 그래서 자연이 만들어 내는 것이 지상 최고의 예술작품이구나!!~ 시선을 떼지 않고 그린다는 것이 무척 어렵다. 처음이라 그렇겠지만... 그리는 동안 잡념은 사라지고 나만을 위한 무언의 공간 속 최고의 선물 같은 시간이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 나만의 시간 속에 있는 기분이랄까~ 얘는 자세히 보니 요렇게 생겼구나. 톱은 아마 이런 잎을 보고 흉내 내었을 것이 분명해.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면 그릴 수 없다는 것도 알았다. (순간순간 떠오르는 생각들을 적느냐고 집중하지 못했다.) 이렇게 오랜 시간 정성들여 그리고 나면 오랫동안 기억 속에 남아 있겠구나! 지우개로 몇 번을 지우고 다시 그렸는지 모르겠다. 예쁘게, 그리고 닮은 모습으로 ​그려주고 싶었는데 ... 그리면서 어의가 없어 헛웃음이 자꾸 났다. 처음 그린다는 사람이 단풍잎을 꺼내 들었고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끝까지 그리고 있는 내모습이 스스로도 웃겨서 말이다. 고집부리는 아이 같다. 어쩜 이리도 안 닮게 그릴 수 있나 싶어서 또자꾸만 웃는다. 나는 이 책이 관찰일기형식이라 더욱 좋다. 가벼운 손놀림으로 그린듯하지만 그림은 결코 가볍지 않다. 편안하고 부드럽고 섬세하다. 딱딱하고 어려운 이론을 적지 않아(물론 약간의 해설도 들어가 있다.) 책장을 넘기기가 쉽다. 부담 없이 여러 번 반복하여 읽어도 지루하지 않으니 수시로 책을 열어 볼 수 있고 어떤 페이지를 넘기든 새롭다. 황경택선생님의 말씀처럼 그림이 놀이가 될 수 있는 날이 정말로 왔으면 좋겠다. -나보다 잘 그리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나보다 먼저 연습했고 많이 연습했을 뿐이다- 는 말을 믿어보려 한다. 세상의 모든 일은 노력하여 얻어야지만 값진 것이므로 ... 결과는 중요하지않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일은 늘 즐거운 일이다. - 어떤 사물이 어느 날 낯설게 다가오면서 눈에 띄고 그것을 그리게 된다. 낯설게 다가온 바로 그 순간이 사물을 처음으로 만난 때다. 전에는 그저 존재했을 뿐 나와 만났다고 할 수 없다. - 이 말이 참 좋다. 마음에 와 닿는다. 김춘수 시인의 <꽃>이라는 시에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라는 구절처럼 그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나와 만나기 위해서는 그림을 그리고글을 써보는 것이 어떨까? 그럼 나와 만난 그것은 나에게 특별한 무언가가 되어 있을 것이니 말이다. 어린왕자라는 책에 보면 길들여진다는 것은 사이좋게 관계를 맺는다는 것이며 친밀한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무엇이든지 그렇다. 자연이 선물해주는 각양각색의 빛깔과 자연물에 대해 사람에 따라 갖는 의미는 모두 다를 것이다. 온전히 나만의 것이 될 수 있는 방법은 그것이 무엇이든 시간과 정성을 들여 친밀한 관계를 만들었을 때 그것이 나에게 특별한 무엇인가가 되어주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 - 앞으로 당신은 더 많이 궁금해질것이다. 당신이 주워서 그리고 있는 열매에 대해, 그 열매의 고향인 나무에 대해, 그 나무를 둘러싼 숲에 살아가고 있는 더 많은 생명체들에 대해서 자연은 묻고 또 물어도 끝이 안 나는 궁금증의 샘이며.-​ 말로, 글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것을 또 다른 언어인 그림으로 표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지금 당장 집 앞으로 나가 자연물 하나를 가져와 그려야 할 것 같다... 자연관찰드로잉은 솜씨를 뽐내는 장이 아니라 관찰과 기록을 통해 자연을 더 가까이 만나고 제대로 알아가는소중한 만남의 장이 될 것이다. ​ 새싹과 꽃들의 이야기를 담은 후속편도 빨리 만나고 싶다...

이 도시를 숲처럼 거닐고 싶은 당신에게 걷고, 줍고, 그리면서 알아가는 자연관찰 드로잉을 권함 이것은 멋진 자연관찰 드로잉을 모아놓은 책이다. 더불어 그림보다 중요한, 한 개인의 호기심 넘치는 자연관찰일기를 모아놓은 책이기도 하다. 책 속에 실린 그림과 이야기 소재는 명확하다. 가을, 또는 사계절 내내 우리들 발끝에 차이는 모든 종류의 자연물을 주워서 그리고, 관찰한 것을 적는다. 빛깔도 다양한 낙엽, 아파트 화단에 떨어져 있는 열매, 수상하게 생긴 씨앗, 비바람에 다 피지도 못하고 떨어진 꽃, 그밖에 다양한 생물이 남겨놓은 흔적…… 그러니까 이 계절에 우리가 도시의 어느 길이라도 걷다가 보고 줍고 집에 가져와서 그릴 수 있는 자연물들로 가득하다. 저자는 만화가이며 탁월한 숲 이야기꾼이다. 그가 일상적으로 그리고 기록해온 자연관찰일기를 통해 독자들은 도시의 다양한 풍경들 속에서 자연을 발견하고, 관찰하고, 그 신비한 이치를 깨달아가는 법을 터득하게 된다.

10 책을 내며

17 제1부: 낙엽 _ 추락하는 모든 것엔 이유가 있다.
83 제2부: 열매 _ 꽃이 지는 것에서 열매의 삶이 시작된다.
205 제3부: 씨앗 _ 아무것도 소멸하지 않는다.
309 제4부: 기타 _ 모든 생은 저마다의 흔적을 남긴다.

335 당장 시작하고픈 당신을 위한, 황경택의 자연관찰 드로잉 수업
356 이름으로 찾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