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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건축 서양 건축 함께 읽기

왜 한국의 전통건축인가 현재의 한국은 겉으로는 과거의 전통이 단절되고 서양 문물이 수입되어 이식(移植)된 듯하다. 무엇보다도 일상생활의 3대 요소 가운데 하나인 ‘주(住)’를 보면 그러한 느낌은 더욱 짙어진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겉보기일 뿐이다. 서현 교수가 건축을 “구체적인 인간의 모습과 생활 그리고 그 사회의 부대낌, 사회가 바라보는 미래의 모습을 담는 그릇1)”이라고 정의한 것처럼, 한국의 현대건축에는 오랜 시간을 통해 체화(體化)된 한국적인 삶도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 어떤 방식으로 한국적인 삶이 한국의 현대건축에 스며들어 있을까? 그것을 알아보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한국의 전통건축과 서양 건축을 비교, 분석하는 것이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면, “한국 전통 건축을 해석하는 시각에는 전통을 전통으로 해석하는 고유의 관점도 있지만 서양과의 비교를 통하는 방법도 있다. 요즘 우리가 살고 있는 건축 환경이 서양식이기 때문에 이런 비교 방법론은 현대의 관점에서 전통 건축의 특징을 읽어낼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된다. 자칫 역사 교과서 같은 비현실적인 옛날 일로 느끼기 쉬운 전통 건축에 대해 그만큼 현실적이고 생생한 해석2)”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전통건축과 현대건축, 다르면서도 닮은 형제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열여덟 가지 주제 가운데 가장 처음으로 언급된 것이 ‘지붕’이다. 이는 하늘과 땅을 대립되는 개념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상호 보완적인 개념으로 볼 것인가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요소이기 때문일 것이다. 창경궁(昌慶宮)의 환경전(歡慶殿)과 경춘전(景春殿)을 보면 하늘과 땅을 상호보완적인 요소로 보는 우리 조상들의 철학이 잘 반영되어 있다. “환경전의 지붕에는 치마폭 같은 포근함과 예각의 날카로움이 함께 들어 있다. 함인정(涵仁亭) 앞에서 바라보면 완만한 곡선의 모습으로 나타났다가, 경춘전 쪽으로 이동하며 대각선 방향으로 올려다보면 이내 긴장감 넘치는 삼각형의 모습으로 변해있다. 멀리서 바라보면 마치 한복의 소매 끝처럼 은근한 곡선을 그리며 살며시 올라가 있는 처마도, 가까이 다가가 모서리에서 올려다보면 하늘을 향해 긴박하게 열리며 사선과 예각의 흥분감을 느끼게 한다. (이렇게) 두 처마가 곡선과 사선 사이를 오가며 어우러진 장면은 마치 여러 사람의 팔이 겹쳐지며 완급의 박자를 이끄는 춤사위 같다. 이처럼 한국의 지붕은 긴장과 이완이라는 상반된 느낌을 동시에 가지면서 변화무쌍한 모습을 연출해낸다.3)” 반면 “전체적으로 건물의 끝과 하늘 사이에 (땅과 친화하는) 강한 수평선으로 경계를 긋는 형상4)”으로 지붕을 마감한 그리스 신전이나 “천상 세계를 향한 종교적 신비성을 바탕으로 극단적인 수직선의 이미지5)”로 지붕을 마감한 고딕 성당은 하늘과 땅을 대립되는 개념으로 보는 그들의 관념이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묘하게도 서양 현대 건축에서는 제2차 세계 대전 이전의 육면체 상자 형태의 단조로운 추상 건축에 반발하여 형태주의(Formalism)이라는 부드러운 지붕 곡선을 추구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러한 경향의 대표적인 건축가로 필립 존슨(Philip Johnson; 1906~2005)과 에로 사리넨(Ecro Saarinen; 1910~1961)을 들 수 있다. 필립 존슨(Philip Johnson)은 “창경궁 환경전이나 수타사(壽陀寺) 대웅보전(大雄寶殿)의 팔작지붕을 보는 느낌과 매우 유사(한 지붕을) 사전에 행한 정밀한 구조 계산을 바탕으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계획한 대로6)” 주조한다. 에로 사리넨(Ecro Saarinen)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유생물의 형태에서 모티프를 따와 “어떤 면에서는 (필립) 존슨보다 더 한국의 지붕 곡선 개념과 유사하다7)”는 평을 듣고 있다. 이러한 모습들을 볼 때, “서양 사람들은 오히려 우리 것으로부터 그들 자신의 한계를 극복할 교훈을 배워갔다.8)”는 저자의 평가는 한국 현대 건축이 나아갈 바를 의미심장하게 암시하는 듯하다. 대칭과 비대칭의 경계를 넘어 한국의 전통 건축이라고 하면 굳이 역사교과서를 뒤져보지 않아도, 궁궐, 사찰, 서원, 향교, 민간 한옥 등 다양한 양식의 건축물들이 떠오른다. 이러한 건축의 특징으로 저자가 내세우는 것은 바로 “비대칭” 혹은 “비정형적 질서”이다. 저자의 말을 다시 인용해보면, “한국 전통 건축에서는 비정형적 질서를 정형적 질서에 대한 반대의 개념으로 보지 않는다. 이 자체를 처음부터 하나의 독립적 가치로 받아들인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전통 건축에서는 비정형적 질서를 만들어내는 다양한 방법에 대한 고민이 가능했고, 그 결과 갑사(甲寺) 대웅전이나 종묘 정전(正殿)의 기단과 같은 은근한 멋을 낼 수 있었다. 이것은 반대를 은유적 긍정으로 해석하는 한국 특유의 세계관에서 비롯된다.9)”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자연을 압도하는 혹은 윽박지르는 중국의 건축이나 지나치게 조화를 추구한 나머지 자연이 사라진, 인공적인 일본의 건축과 달리 한국의 전통건축의 기저(基底)에는 자연에 순응하는 사고방식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한국 전통 건축이 추구하는 ‘비대칭’ 혹은 ‘비정형적 질서’가 단순한 무질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비대칭에는 좌우 모습이 거울에 비치듯 똑같지는 않지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큰 균형감이 느껴지는 경우도 있다. 이것은 산만한 혼란으로 나타나는 무질서적 비대칭과 달리 나름대로 고도의 질서를 갖는 또 하나의 대칭이다. 이러한 비대칭은 비대칭적 대칭으로 부를 수 있다. 한국 전통 건축에 나타나는 비대칭이 바로 이 경우에 해당10)”하는 것이다. 자연에 순응하는 한국 전통 건축은 자연이 가지는 ‘무질서 속의 질서’라는 특징마저 이렇게 본받은 것이다. 반면, ‘대칭’을 선호하는 중국이나 서양의 건축에는 조화와 질서로 대표되는 권위주의적이고 전체주의적 사고방식이 스며들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한국의 전통건축이 서양의 건축이나 중국의 건축보다 우월하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우리 것을 재래적이라 하며 타파해야 할 구습으로 여겼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또한 그에 대한 반동적 현상으로 우리 것은 무조건 소중하다는 전통 제일주의도 겪었다. 이제는 그러한 극단적 시각에서 벗어나 우리 것과 서양 것 사이에 공통으로 존재하는 가치를 찾아냄으로써 이 두 문명을 상호보완적으로 바라보아야 할 때가 왔다. 건축은 위와 같은 교훈을 이해하기에 가장 적절한 문화예술 분야일 수 있다. 우리 건축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서양의 예와 비교해봄으로써, 우리는 동서양이 하나 될 자그마한 실마리를 얻을 것이다. 11)” 1) 서현,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개정판), (효형출판, 2004), p. 248 2) 임석재, <우리 건축 서양 건축 함께 읽기>, (컬처그라퍼, 2011), p. 10 3) 임석재, 앞의 책, p. 19 4) 임석재, 앞의 글 5) 임석재, 앞의 책, P. 22 6) 임석재, 앞의 책, P. 35 7) 임석재, 앞의 책, P. 36 8) 임석재, 앞의 책, P. 41 9) 임석재, 앞의 책, p. 130 10) 임석재, 앞의 책, p. 270 11) 임석재, 앞의 책, p. 41

우리 전통 건축 vs. 서양 건축
같으면서도 다른 두 세계에서 인문적 성찰을 읽다

궁궐, 사찰, 서원, 향교, 민간 한옥 등 다양한 유형의 한국 전통 건축을 다루면서 동시에 서양식 건축을 비교한 책이다. 서양 건축은 특정 유형이나 시기에 구애 받지 않고 각 장의 주제에 맞는 사례를 중점적으로 논의했다. 특정 건축물이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니라, 열여덟 개의 주제 아래 각각의 내용에 맞는 건축물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전개했는데, 특히 지붕, 기둥, 돌과 담 등의 건축 요소와 방위, 대칭, 친자연 등의 건축 개념을 주제로 각 장마다 하나의 스토리로 완성지었다.

이 과정에서 한국 전통 건축과 서양 건축의 서로 유사하거나 상반된 사례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놀랄 만큼 닮은 모습의 기둥이나 나무 계단, 돌담 등에서 친자연적 관점의 흔적을 공통적으로 찾을 수 있는가 하면, 불교 사찰의 산문과 고딕 성당의 화려한 출입구에서 대비되는 상징성의 차이나 빛을 다루는 방식 등에서 뚜렷한 세계관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 각 장마다 삽입된 사진과 건축 설계도를 삽입하여 쉬운 이해를 도왔다.

두 세계로의 초대

1부 건물 구성 요소

1 지붕과 처마 - 팔작지붕 vs. 형태주의 곡선지붕
하늘을 우러르고 땅을 굽어보다
2 나무와 기둥 - 개심사의 휜 나무기둥 vs. 바로크 건축의 꽈배기 기둥
휘고 굽은 못난 곡선이 아름답다
3 구조 미학 - 병산서원 만대루 vs. 로지에의 원시 오두막
가리지 않는 솔직함의 미덕
4 구성 분할과 추상 입면 - 한옥의 추상 입면 vs. 몬드리안의 추상화
기둥과 보가 그리는 한 편의 추상화
5 돌과 담 - 거친돌 막쌓기 vs. 콜라주
소박한 돌쌓기의 질서와 짜임새
6 문과 상징 - 은유의 사찰 산문 vs. 직설의 고딕 성당
때론 위엄 있게 때론 자유롭게

2부 건축의 구성 원리

7 남향과 방위 - 따뜻한 자연의 빛 vs. 미니멀리즘의 백색 빛
해와 땅의 기운을 읽다
8 인체와 척도 - 한국 전통 중정 vs. 팔라초와 광장
인간을 중심에 두는 배려, 휴먼 스케일
9 길과 여정 - 사찰 진입 공간 vs. 교회의 제단으로 가는 길
건축적 스토리 속을 걷다
10 계단과 축 - 봉정사 돌계단 vs. 라우렌티안 도서관 곡선 계단
오르고 되새기고 상상하고
11 대칭과 비대칭 - 소수서원의 비대칭적 대칭 vs. 서양 고전 건축의 좌우 동형적 대칭
정형적 법칙에서 순응의 질서로
12 사각형과 모서리 - 도산서원 vs. 뒤랑의 유형학
열린 마당과 틈새의 미학
13 친자연과 낭만주의 - 개심사 진입 공간 vs. 픽처레스크 운동
자연 속으로 들어가 자연의 일부가 되다
14 사선과 긴장감 - 마곡사 대웅보전 vs. 보로미니의 산 카를리노
일상을 깨우는 극적인 순간

3부 건물의 감상법

15 중첩과 관입 - 한옥의 불이 공간 vs. 큐비즘의 다차원 공간
투명의 공간, 겹의 공간
16 프레임과 투시도 - 관촉사 미륵전 vs. 라이날디의 닫집
건축가의 시선이 가리키는 곳
17 주제와 변주 - 신륵사의 앙천성 vs. 아르누보의 유기 선형 장식
하나의 공간 하나의 스토리
18 테마파크와 친숙한 고전 - 계룡산 갑사 vs. 디즈니랜드
현실을 뛰어넘는 카타르시스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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